[후타카마] 친구와 후배와 나

>사랑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외전

>모니와 시점 가벼운 에필로그



출근길에 우연히 마주친 후배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는 멍하니 넋을 잃었다. 모니와는 후배를 만난이레 처음 보는 표정에 자신이 말실수를 했나 싶었다. 곰곰이 후배에게 늘여놓았던 말들을 곱씹어 봤지만 딱히 후배의 신경을 거스를 만한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후배에게 했던 말들은 기껏해야 요즘의 근황이라든지 친한 친구의 부러운 소식뿐이었다. 내려야 하는 역이 가까워오자 모니와가 다시 한 번 후배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후배는 여전히 멍한 채였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후배를 내버려둘 수 없었던 모니와가 안절부절 못할 때쯤, 후배는 어딘가 정신 빠진 눈으로 모니와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다행히 어디 아픈 기색은 없어 보였다.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 모니와는 재차 후배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후배는 들은 척도 않았다. 점점 전철 안이 혼잡해지는데 후배가 내릴 역까지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잠시 갈등했지만 말단 사원인 주제에 지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니와는 결국 후배를 향한 신경을 애써 갈무리했다. 이상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여자 친구가 생길 것 같은 조짐을 보이던 친구를 다시 만난 건 그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늘상 가던 이자카야에서 그는 어딘가 어색한 얼굴로 모니와를 맞았다. 먼저 도착해서 이미 한 잔을 걸친 것인지, 술잔에 사케가 반쯤 채워져 있었다. 모니와는 친구를 보자마자 비죽 심술이 돋았지만 그를 놀리는 일은 일단 뒤로 밀어두기로 했다. 당장은 그간의 일을 듣고 싶었다.

"왔냐?"

"먼저 한 잔 했네? 안주는 시킨거야?"

"아니. 너 오면 시키려고 술만 먼저 시켰지."

메뉴를 뒤적거리며 모니와는 간단한 안주 몇 개를 주문했다. 그 동안 친구는 술잔을 비우며 그 답지 않게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전에 모니와가 보낸 라인들을 싸그리 무시해버린 일에 대한 죄책감이 분명할 것이다. 제가 먼저 자랑 비슷하게 말해준 주제에 누구냐는 물음에는 이러 저리 피하던 못된 친구였다. 모니와는 그에게 화를 내는 대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음을 던졌다. 예상대로 찔리는 게 있는 친구가 힐끔 시선을 피했다.

"이주 만이네? 웬일로 연락을 했어, 바쁜데."

"아니, . 무슨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냐? 그냥 술 한 잔 하자고 불렀지."

"그래?"

"그렇지."

은근한 비난에 친구는 여전히 술만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 그 때도 이 자식은 이랬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이 놈과 고교 후배 중 하나가 이상한 분위기를 내뿜었었다. 졸업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후배 놈과 주구장창 만나고 놀고 다닌다던 친구는 언젠가부터 후배의 이름이 나오면 표정이 굳어졌다. 후배의 봄고가 시작하기 전, 한창 연습에 열중일 여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하이 시기에는 먼저 팔뚝을 걷어붙이고 응원이니 간식이니 말을 꺼내던 친구는 연습은커녕 경기장에 발도 들이지 않았다. 회사 일이 바쁘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며 약속을 피하길 일수였다. 할 수없이 친구 녀석을 빼고 연습을 보러 갔을 때, 모니와는 친구의 거절의 이유를 짐작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상하게 머리 위에 까만 구름이 끼어 있는 듯 우울해 보이는 후배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응원 차 찾아 온 선배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던 후배는 보다 더 가라앉은 눈빛으로 친구의 행방을 물었다. 일이 있어 못 온다는 말에는 작게 한숨까지 내쉬었던 것에는 조금 놀랐었다. 최근에 좀 친해졌다고 말을 들었어도 이렇게 실망할 정도인지는 몰랐었다. 언제 이만큼 친해진 거지? 그러나 친해졌었다는 말이 거짓말인가 싶을 정도로 친구는 그 여름 내내, 후배의 마지막 고교 배구가 끝날 때까지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후배의 머리맡에 떠도는 구름은 시꺼멓게 변해, 후배의 우울한 속내를 반영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당사자는 말을 돌렸고, 주변 사람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로부터 한참을 흐른 지금도 역시 친구와 후배가 이상한 분위기일지, 모니와는 새삼 궁금증이 솟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진 듯 보이는 친구의 연애 사(). 모니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본론을 꺼냈다.

"생겼어?"

"? 뭐가?"

"여자 친구."

또로록, 친구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주변을 헤맸다. , 네 번 입술을 달싹이던 친구는 결국 귓가를 빨갛게 물든 채 까닥, 고개를 끄덕였다.

"으아아아! 카맛치! 너가 결국."

모니와는 배신당한 슬픔에 자리에 없는 또 한 명의 친구를 부르짖었다. 사사양! 어떻게 카맛치가 우리를 배신하다니!

"네가 제일 솔로 탈출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 내가 뭘. 까놓고 우리 셋 중엔 내가 그나마 낫지."

"아주 그냥, 여자 친구 생겼다고 기고만장 해졌어! 건방져, 카맛치!"

흑흑거리며 가짜 울음을 흘리는 모니와를 향해 기고만장해진 친구는 연신 큭큭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솔로인 처지가 가슴 아파진 모니와는 가득 채워진 사케를 들이 마시고, 친구의 잔을 채우고, 술을 주문했다. 배신자라고 탓하는 모니와를 향한 친구의 웃음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 꼴을 볼 때마다 열이 받아 술잔을 비우던 모니와의 하얀 얼굴 또한 새빨개진 것은 물론이었다.

", 야아. 이 짜식, 이이여친 자랑이나 해 봐! 예뻐? 예쁘냐구."

"큭큭, , 예쁘냐고? 그 자식이 뭐가 예뻐, 예쁘긴."

징그럽다, 임마. 친구의 말에 모니와는 기겁을 하며 친구의 팔을 흔들었다. , 너 이 자식. 잡은 고기라고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카맛치! 모니와의 말에 또 한 번 친구가 박장대소했다. 뭐가 그리 웃긴지 테이블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기까지 했다.

"잡은 건지, 잡힌 건지. , 모니와. 그거 아냐? 내 애인은 하~나도 안 예뻐!"

"미쳤나봐, 카맛치. 너 그러다간 한 달도 못가서 채일 게 뻔하다?"

"하나도 안 예쁘고. 씨바, 드럽게 건방지고 제멋대로고. 만날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지 틱틱거리고."

"카맛치. 구박받으면서까지 여자 친구 사귀고 싶었어?"

동정이 어린 모니와의 눈빛에 친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아냐. 구박은 무슨.

", 너어. 그럴 바엔 헤어져! 그런 못된 여자랑 사귈 바엔 차라리 안 사귀는 게 낫다니까?"

"아냐, 그런거. 아니라구."

"헤어져! 다시 우리한테 돌아와, 카맛치!"

내 이럴 줄 알았다. 겉으론 빵빵하게 근육이 붙어 있어는 데다 눈썹도 눈빛도 사나워서 상남자같지만 속은 누구보다 착하고 순진한 녀석이었다. 분명 뭣도 모르고 마녀같이 못된 여자한테 잡혀 사귀는 게 분명하다. 모니와는 친구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헤어져, 헤어져 외쳤다. 친구를 위한 건지, 그저 솔로 한 명 만들고 싶어선지 모르겠지만.

"헤어져, 카맛치! 그런 여잔 너랑 어울리지 않아. 헤어지고 그냥 우리랑 놀자, ?"

", 아니라니까. 나쁜 놈 아니아닌가? 나쁜 놈인 것 같기도 하고?"

"나쁜 놈이야! 너한테 구박이나 한다며, 그런 나쁜 여자랑은 안 돼, 카맛치."

"아씨, 아냐. 걔 하나도 안 나빠."

". 잘 생각해 봐? ?"

"뭐를?"

모니와는 속고 있는 불쌍한 친구의 앞에 손바닥을 쫙 폈다. 그리고는 하나씩 손가락을 쥐면서 말했다.

"그 여자 예뻐?"

친구는 생각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착해?"

다시 고개가 흔들렸다. 모니와의 손바닥에 두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막 막말하지 않아? 너한테 못되게 굴지?"

끄덕끄덕,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의 짧은 머리카락도 함께 흔들렸다. 펼쳐진 손가락은 두 개뿐이다.

"너한테 잘해줘? 뭐 애교부리고, 맛있는 거 사주거나 그래?"

이번에는 친구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가로젓기를 번갈아했다. 그런가, 아닌가 헤매는 친구 대신에 모니와가 손가락을 접었다. 모니와의 하얗고 가느다란 새끼 손가락 하나만이 외롭게 서 있었다. 술기운에 발간 얼굴을 한 친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진짜로, 진짜 진심으로 그 사람이 너 좋아해?"

멍한 시선이 모니와와 부딪혔다. 밤색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이전의 그 날, 술에 취한 얼굴로 헤헤거리던 날과 같이 친구의 입가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모니와는 울컥하는 마음에 마지막 남은 새끼 손가락을 접지도 못하고 입술을 삐죽였다. 어떤 대답이든간에 모든 손가락을 접어 버리고 친구를 못된 마녀의 야수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던 속셈이었는데. 좋아라 실실거리는 얼굴에 모니와는 분통이 터졌다. 완전히 발이 꾀인 게 분명했다.

"이리 오라고 해! 당장, , 내가 한 소리 해줄게, 카맛치. 이 불쌍한 자식."

", 걔 오늘 바쁜데."

"바쁘고 나발이고 오라고 해!"

"화낼텐데."

궁시렁거리는 친구에게 모니와가 몇 번 으르렁거리자 결국 친구가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전화 너머의 못된 그녀에게 술에 취해 잔뜩 꼬부라진 목소리로 올 수 있는지 사정을 물었다. 그동안 모니와는 친구를 동정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친구는 그 짧은 통화에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살짝 빈정 상한 얼굴로 모니와에게 애인이 온다고 말했다. 다가올 만남을 기대하며 모니와는 친구의 잔과 자신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누군지 몰라도 순진한 친구를 꼬여내다니 참을 수 없다며 모니와는 벌컥, 단숨에 들이켰다. 친구한테 못되게 굴어서 마음에 안 드는지, 단지 친구가 애인이 생겨서 마음에 안 드는지 모를 일이다.

 

그녀가 오기까지 잠시를 기다리지 못하고 모니와는 친구와 술판을 이어나갔다. 가게에 있는 술은 모두 마셔보자며, 모니와가 새로운 술을 주문하고 친구가 화장실에 갔을 때쯤 익숙한 얼굴이 가게로 들어왔다. 10시를 넘은 이 시각에,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후배가 술집에 올 리가 없어 모니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술에 취해 헛것이 보이나 싶었다.

"뭐야, 카마사키 씨는요?"

"에엥? , 후타쿠치?"

", 진짜 술냄새하고는. 작작 좀 마시지 그래요?"

", 네가 왜 여기 있어? 너 설마 벌써부터 술 마시고 그러는,"

"제가 양아치에요?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게?"

"너 양아치양아치 비스무리한."

후배는 모니와의 말을 술주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그 맞은편에 앉아 가게를 둘러보았다. 옆자리에 친구의 겉옷과 가방을 확인하더니 급기야 핸드폰을 챙겨 제 겉옷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거 카맛치 핸드폰."

"대체 몇 시부터 마신 거예요? 설마 7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여기 있던 건 아니겠죠?"

"어라? , 일곱 시부터 만난 건 어떻게 알았어?"

모니와의 대답에 대충 대답을 유추했는지 후배는 잔뜩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모니와의 앞에 물 컵을 들이밀었다. 대신 그 앞에 있던 술잔과 사케 병을 거둬 구석으로 밀었다.

"후타쿠치. 너 그거 알아?"

"뭘요."

"카맛치가카맛치가."

"카마사키 씨가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후배라면 친구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잘은 모르지만 모니와 주변에 이 후배만큼 건방지고 말발이 센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잘하면 친구의 그녀를 물리쳐줄 수 있을지도 몰라. 모니와는 친구의 안녕을 빌며 후배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카맛치, 여자 친구랑 헤어지게 해야 해."

"?"

"들어봐, 후타쿠치. 그 나쁜 여자가 글쎄, 카맛치를 엄청 구박한다고. 너만큼, 아니 너보다 더 할지도 몰라. 얼마나 건방지고 제멋대로인지 카맛치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다니는 게 분명해. 안 그래도 연애는 해본 적도 없는데 어쩌다 그런 여자한테 걸려서는. 후타쿠치, 이따 그 사람 온다고 했거든?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너도 한 번 보고, 카맛치 좀 말려 봐바."

모니와가 숨 쉴 틈도 없이 말하는 동안 후배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 왜 네가 열받아 하는거야? 설마 그런 여자랑 동급 취급해서 그런 건가. 후배의 눈치를 보며 모니와가 생각했지만 취한 잔뜩 술에 취해 후배의 열받은 얼굴을 금방 잊어버렸다.

"그래요? 그렇게 건방지대요?"

"그렇다니깐? 게다가 하나도 안 예쁘데. 내가 예쁘냐고 물어봤는데, 카맛치가 엄청 웃으면서 징그럽다고 하더라니까. 그건 좀 불쌍하긴 하네..."

"헤에, 그래요? 헤에..."

모니와의 말에 후배는 다행히 공감하는 듯 보였다. 최근에는 좀 사이가 별로인 것 같았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친했다는 걸 보면, 후배 또한 친구를 막 대하는 여자가 거슬리는 게 분명했다. 그도 그럴게 후배의 얼굴이 잔뜩 열 받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경기 시작 전에 상대팀한테 일격을 날리다 되려 한 대 맞은 모양이었다.

"런 사람이랑 대체 왜 사귄데요, 카마사키 씨는?"

역시 모니와의 생각대로 후배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웃고 있는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지만 모니와의 착각일 터였다.

"왜 사귀겠어, 그 여자가 억지로 사귀자고 했겠지."

"그렇게 말했어요? 카마사키 씨가?"

"설마! 무서워서 그렇게 말했겠어? 그냥, 눈치로 그래보였다는 거지."

"그렇구나."

"근데 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와? 내가 직접 어떤 사람인지 보고 말겠어."

"보면 뭐라고 하시게요?"

"뭐라고 하긴. 헤어지라고 해야지! 친구로서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할 거야. 대체 카맛치를 뭐로 보고 막 대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감시할 거야!"

"……."

"근데 사실 헤어지라고 해도 막상 진짜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

풀이 죽은 목소리에 후배의 시선이 모니와에게 향했다. 말없이 그 다음 말을 기다리는 눈빛에 모니와가 한숨을 쉬었다.

"카맛치한테, 그 여자가 널 진심으로 좋아하냐고 물어봤거든? 그렇게 막 대하고 제멋대로에 예쁘지도 않은데 카맛치를 좋아하지도 않는거면 진짜 최악이잖아."

"...근데요?"

"글쎄, 아휴, 말없이 그냥. 활짝 웃는 거 있지? 아주 좋아라하고."

"……."

"그 얼굴에 대고 당장 헤어지라고 말할 수가 있어야지. 말로는 나쁘다 징그럽다 하지만 카맛치도 그 여잘 진짜 좋아하는 게 보였으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

"……."

"그래도 그 사람 오면 한 마디 해줄 거야. 아무리 무서운 사람이 오더라도 카맛치한테 잘해주라고."

근데 왜 이렇게 안 와? 카맛치는 화장실에 갔다더니 가서 뭘 하는 거야. 모니와의 툴툴거림에 후배가 피식 웃고는 친구를 찾으러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던 친구는 세면대에서 골아 떨어졌다. 후배는 어깨에 친구를 들쳐 매곤 겉옷과 가방을 챙겨 나가자고 재촉했다. 친구의 여자 친구를 기다리겠다며 모니와가 고집을 피웠지만, 후배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건방진 그녀임에 틀림없다며 모니와는 생각했다. 그 말에 후배가 피식거렸다.

가게를 나와 후배는 택시를 잡아 모니와를 챙겼다. 이미 버스도, 전철도 다 끊겼을 텐데 너는 어떡하냐는 걱정 어린 질문에 후배는 친구 집에서 자겠다고 대답했다. 언제 화해한건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두 사람은 다시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았다. 모니와와 함께 친구의 그녀를 아니꼽아하던 후배는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쩐지 그 표정이 친구가 여자 친구를 떠올렸을 때와 비슷해 보여, 모니와는 멀어지는 후배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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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005500 :